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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여행/중국여행

중국여행(서안, 2006.08.24 ~ 2006.08.27) 1

by gogogo!!! 2024. 1. 21.

이 여행은 중국 서안(西安)을 2006년 08월 24일부터 2006년 08월 27일까지 3박 4일간 주말을 끼워서 다녀온 여행에 대한 여행일기입니다. 자식이 자라는 것도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부쩍 자란 아들 때문에 느낀 바가 있어 떠난 공식적인 첫 번째 가족해외여행입니다. 첫 번째 일기다 보니 서설이 무지막지하게 기네요. 

여행 준비

진시황제의 병마용갱(兵馬俑坑)을 아들과의 첫 번째 의미있는 여행지로 선정하고 기본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인터넷에서 항공편을 조사해 보니, 가장 쉬운 코스는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해서 서울에서 서안왕복 편을 이용하거나 대한항공의 부산에서 서안왕복 편이 가장 쉽게 이동하는 방법이지만, 두 방법 모두 5~6일이 소요되어 회사를 오래 비우기가 어려운 입장이라 배제하고, 여행기간은 노는 토요일이 포함된 3박 4일로 결정하고 저렴한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아들에게 세상을 보여주자는 기본취지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쇼핑이 주여행이 되는 여행사 상품은 제외하고, 할인항공권이나 자유여행을 조사해 보니 인당 50만원~ 60만원정도의 비행기 이용비용이 예상되고 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 전쟁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인당 1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추산되어 비행기 요금만 약 2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 같아 여행비용이 부담으로 느껴졌다.

부산-서안 마일리지 티켓
진정한 마일리지티켓이다. 부산-서안 인당 48,300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동안 적립해 둔 항공사 마일리지를 일부 사용하기로 하고, 8월 24일 부산-서안(KE891, 48,300원)편 및 8월 27일 상해-인천(KE894, 37,200원) 편의 보너스항공권을 예약하고, 서안-상해는 기차를 확인해 보니 17시간 정도가 걸려 이번 여행에서는 2시간 정도의 비행기 여행으로 결정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후배에게 부탁하기로 하니 전체적인 일정은 어렵게 확정되었다. 

 

여행일정을 확정하고 숙소예약을 위해  여행안내서에서 기존에 보아둔 중국여행 안내사이트인 중국 elong.net(확인해 보니 이젠...)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서안에서는 시내에 가까운 진도주점(秦都酒店, DYNASTY HOTEL)을 예약하고 상해에서는 해륜빈관(海倫賓館, SOFITEL HYLAND SHANGHAI HOTEL)으로 숙소로 정하여 짧은 시간이지만 움직이고 자는 곳을 정하고나니, 출발준비가 끝난 것 같아 이제는 부산으로 이동해 가는 일 만 남은 것 같아 나름대로 뿌듯하였다.

 

해외출장이 많은 편으로 외국이 부담스럽지는 않은 편이지만 가족들과 순수히 여행목적으로만 가는 것은 처음이고, 중국말이라고는 팀부통, 쎄쎄, 니하오 등 몇 마디밖에 못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에 아는 사람도 없는 상태로 더구나, 가족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 조금은 걱정도 되고 또 오랜만에 약간은 설레기도 하는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 아직은 내 마음속에도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출발전날 대구에서 중요한 미팅이 생겨 대구로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연기나 취소가 어려워 김포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예약을 취소하고, 대구에서 부산(김해공항)까지는 KTX로 이동할 요랑으로 자동차로 대구로 이동했다. 가족들은 어머니가 계시는 본가로 가고, 새벽일찍까지 마시고 헤롱한상태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날 생각으로 자리에 누우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좌우지간에 이제 가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2006.08.24.(목) 첫째 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나가려는데, 어머니가 된장으로 아침을 해놓으셔서 안 먹을 수가 있나! 이 세상에 엄마음식만큼 맛있는 음식이 어디 있나! 오이냉채까지 한 그릇하고 술도 덜 깬 상태에서 집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했다. 부산으로 가는 KTX표를 끊고 부산역에서 리무진버스로 김해공항으로 이동하는 게 나은지 구포역에서 307번 버스로 가는 게 나은지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구포역에서 내리는 것이 시간절약면에서 나을듯하여 구포로 가기로 했다.

동대구-구포 KTX
★★★★★ 동대구역 추억의 냄비우동...직이는데

 

기차 시간을 기다리다가 예전에 자주 먹던 냄비가락국수나 먹어보려고 하는데, 속이 울렁거려 한 그릇만 주문해 엉뚱하게 애엄마 좋은 일만 시켜줬다. 아들은 아직 냄비우동의 참맛을 모르는 모양인데 이상한 녀석이다. 그렇다고 피자나 햄버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컵라면 하고 치킨, 비빔면만 좋아하니 돈은 안 들어서 좋은데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는지 매우 궁금한데 똥배가 있는 것으로 봐서 영양결핍은 아닌 듯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대구에서 부산구간은 기존선로를 이용하여 KTX는 그다지 속도는 빠르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들 녀석이 배가 고프다더니 소세지하고 우유를 사더니, 그냥 자기 혼자 다 먹고 옆에 앉은 나는 여전히 속이 울렁거렸다. 예전에 미국 출장 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밤새 술 마시며 카지노 하다가 바로 비행기를 타고 고생한 일이 연상되며, 어질어질한 상태로 구포역에 도착했다.

 

상태가 안 좋아서, 버스고 나발이고 택시를 물어보니 만원이라고 해서 바로 택시로 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버스는 4~50분 걸리고 4500원이고 택시는 지금 시간이면 20분 정도라니 망설일 필요 없이 가기로 하고, 잠시 혼몽한 사이에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부산-서안 보딩패스
보딩패스

 

보너스항공권을 보딩 패스로 교환하고 음료수를 들이키며 출국신고를 하고, 해장이나 하려고 면세점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다녀봐도 커피정도 마실 수 있을까? 이런 젠장, 아무것도 없어. 컵라면이나 사가려고 하는데 라면 하나에 천 원이라고 하네. 준비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컵라면과 봉지김치 및 담배를 사고는 의자에 앉아 마냥 졸고 있었다. 

 

요즈음 철도는 연착이 기본생활이더니, 조그마한 김해공항도 마냥 손님 찾는 방송으로 잠시라도 눈 좀 붙이려고 하는 나를 가만두지 않고 괴롭히는데 아무래도 비행기에서 반납할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11시가 다되어서 보딩을 하는데, 손님들 모양을 보니 단체관광객이 많은 모양이다. 버스로 비행기에 이동하는데, 아들은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투덜댈 모양이다.

 

서안으로 가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지, 비행기 기종이 A300으로 국내선정도의 크기인데 올라가자마자 눈을 감았다.

3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시간인데 원래는 작전이 출발전날 밤에 여정을 짤려다가 미팅으로 무산되었고, 비행기에서 여행가이드를 보며 준비하려 했는데 기내식으로 속을 좀 채우고 바로자는 바람에 서안공항 도착 안내방송 시에 겨우 정신을 차려

아무 준비 없이 서안에 도착했다.

 

서안공항에서 입국카드, 면세카드, 건강표(니들이 더무섭다)를 내고 수화물 찾는 곳으로 오니, 아직 수화물이 도착하지 않아 20분 정도를 기다렸다. 역시 해외여행은 로스타임이 만만치 않다. 다행히 모닝캄 카드의 위력으로 가방에 파란 ELITE 인식표가 붙어있어, 처음으로 컨베이어에 올라온 것이 우리 가방이어서 쉽게 입국장을 벗어났다. 일단 담배 한대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공항버스간판이 보여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는데 날씨는 우려한 만큼 덥지는 않고 습도가 조금 느껴지는 정도였다.

공항버스 정류장
秦丰酒店과 秦都酒店를 구분하지 못해 엉뚱한 버스를

 

공항버스간판이 여섯 개가 있는데  아무리 봐도 진도주점이 보이지 않아 5번 안내판에 비슷한 글자가 있어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미니버스가 도착해서 운전기사에게 손짓으로 간판 내의 진도주점(秦都酒店)을 가리키니 타라고 손짓을 하여 맞는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타서 차비는 얼마 인가 하며 앉아있는데, 손님이 거의 다 타자 안내양인듯한 아가씨가 올라타고 출발했다.

공항버스표
25원짜리 공항버스표

 

안내양이 뭐라고 하면서 차비를 거두는데 주변사람들이 준비하는 것을 보니 대충 30원 정도인 듯 같아 100원을 주니, 표 3장과 25원을 주는 걸 보니 차비가 25원인 모양이다. 조금뒤 다시 안내양이 각좌석의 사람들에게 뭐라고 물어보는데 아마도 목적지를 물어보는듯하여 " DYNASTY HOTEL "이라고 하니, 눈만 말똥말똥 쳐다봐서 앗 조졌다 하고 가방의 숙소 예약표의 호텔한자를 보여주니 쏼라쏼라 거리며 운전기사에게 돌아가더니 우리 쪽을 보며 뭐라 뭐라 그러는데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에 진땀이 나는 게 느껴졌다.

 

긴장이 느껴지는 가운데, 다시 안내양이 우리에게 뭐라고 그러는데 얘기가 통해야 대화를 하지. 갑갑한 가운데 공항톨게이트에 도착하니 우리 보고 나오라는 것 같았다. 우리를 버리려고 하나 싶어 일어서서 망설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렸다. " Can you speak English? " 내 평생 영어가 이렇게 반가운 경우가 있었던 적이 있던가? 손님 중에 어떤 아가씨가 버스를 잘못 탔으니 내려서 버스를 바꿔 타야 한다고 하며, 버스를 잡아주니 내리라고 하여 우왕좌왕하며 내렸다.

 

기사까지 내려서 지나가는 버스를 지켜보다가 한대를 세우더니 뭐라고 하더니 타라고 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마침 이 버스의 안내양에게 " DYNASTY HOTEL "이라고 하니 "OK!"라고 하여 일단 올라탔다. 한 30분 정도를 가는데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안내양이 와서 " DYNASTY HOTEL? "이라는 게 아닌가? 표정을 보니 이게 뭐야. 얘도 모르는 것 같아 난감해지는데 , 종루(鐘樓)까지는 간다고 하니 여차하면 택시 타고 가지 하며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데, 주변이 우리나라의  지방소도시 같은 분위기가 나오더니 저기 멀리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도주점(秦都酒店)
친절했던 기억만이 남아있는 진도주점(秦都酒店)

 

어차피 성이 보이니 이제는 일단은 서안에는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면서 여유를 찾고, 어디서 내리지 하고 계속 주변을 살펴봤다. 성벽이 가까워지고 큰 건물들이 많이 나타나더니, 인터넷에서 본듯한 건물형태가 눈에 들어와 둘러보니 진도주점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려서 까우뚱 거리는 안내양에게 인사를 하고 호텔 체크인을 하고 나니, 벌써 시간은 4시 정도가 되어 첫째 날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고만 경우가 되어 잠시 쉬면서 서안에서의 일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북경의 후배와 통화하면서 서안에서 상해까지의 비행기표 구입을 상의하는데, 비용은 오후비행기와 오전비행기의 가격이 거의 두 배나 차이가 나지만 오후시간에 이동하는 경우 상해에서 아무 곳에도 못 가볼 듯하여 오전 9시 정도로 하기로 하고, 후배의 서안 거래상 직원이 비행기표를 구입하여 호텔로 가져오기로 하고 나니, 전체여정이 정리되고 이제 오늘과 내일의 일정만 정리하면 되는 수준이 되었다. 서안에서는 병마용갱, 진시황릉(秦始皇陵), 화청지(華淸池)등을 구경하기로 하고 시간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도 병마용갱만은 아들 때문이라도 꼭 보기로 일정을 확정했다.     

서안-상해 비행기티켓
후배도움으로 급하게 확보한 상해행 항공기티켓

 

진도주점은 90년도에 건축되어서, 현재는 건물이 조금 노후된 상태의 사성급호텔로 호텔객실 뒷면에 아담한 정원이 있으나 더운 날씨로 사람은 보이지 않고 석류나무만 잘 자라고 있는 상태였다. 조금뒤, 상해행 비행기표를 받고 내일 병마용갱용 버스를 확인하고자 시내구경 겸 서안역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간편한 복장으로 호텔을 나섰다.

서안지도
요긴하게 사용했던 서안지도

 

택시기사에게 호텔에 비치되어 있던 지도를 보여주며 서안화차점(西安火車玷), 즉 서안역을 가르치니, 알았다며 출발하는데 아들은 운전석이 창살로 구분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성벽을 끼고 역으로 가는데 군데군데 작은 골목의 지저분한 모습과 우리 어릴 적 시절의 구멍가게가 곳곳에 나한테는 참 다정스럽게 위치하고 있었다.

서안역
초기라 일기위주다보니 사진이 별로 없다

 

서안역에 도착하니 운전기사가 손짓으로 나가는 쪽을 알려줘서 인도로 올라오는데, 아직까지는 시골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친절한듯하다고 느껴진다. 공항버스에서, 호텔로비에서, 택시기사까지 이번 서안에서는 관광객들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서안여행의 흠으로 영어가 통하지 않는 점과 택시의 경우 빙빙 돌아가는 것 등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았는데 우리의 경우 별로 느끼지 못했다. 영어는 우리나라 시골에서도 당연 어려운 문제고, 택시는 시내가 혼잡하니 성벽을 끼고 다니는 게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니 별로 불편하지는 않았다.

 

서안역을 등지고 큰 대로가 해방로(解放路, Jie Fang Road)인데 길 건너 왼쪽 시작 부분이 306번 버스 타는 곳이라고 해서 두리번거리다 보니, 306이라는 정류장 표시가 보여 위치를 잘 확인하고 역 주변 상점들을 구경했다. 여행첫날이라서 가족들이 피곤해하는 것 같아 저녁거리를 구입해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고 노전을 둘러보다가 만두, 중국식 샌드위치 같은 것, 양고기 볶음 등과 생수, 우유 등 음료수를 구입하고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왔다.

 

노전에서 먹을거리를 사는데 애엄마와 주인아주머니가 눈짓, 손짓으로 음식을 고르고 계산하는 것을 보니 사람 사는 게 별차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세계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허황된 꿈이 아니라, 각국의 지도자들이 조금의 노력을 하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 느껴진다.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사가지고 간 음식 중에 만두하고 양고기 볶음 외에는 인기가 없어 가져간 컵라면과 룸서비스로 치킨을 주문해 허기를 해결하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다 되어서 노트북에 저장된 영화를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보며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