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은 중국 심천(深圳,Shen Zhen)을 2007년 04월 06일부터 2007년 04월 08일까지, 2박 3일간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온 여행에 대한 여행일기입니다. 아들이 방학기간이 아니면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학생이라 주말을 이용하고, 가까운 일본 또는 중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짧은 공식적인 3번째 가족해외여행입니다.
2007.04.06.(금) 첫째 날
아들이 발이 아프다고 한다. 애엄마는 중국비자가 만료되어 있고, 비행기는 예약이 엉뚱한 날로 되어있다. 모든 게 엉망으로 시작되고 있다. 중국 심천을 참 많이도 출장을 갔는데, 가족여행을 한번 하려고 하니 너무 잘 아는 지역이라 그런지 준비가 오히려 엉성하다. 우리 집 강아지의 비상식량 및 물과 기저귀를 챙겨두고 집을 나섰다.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출국심사를 하고 생활필수품인 라면과 김치를 확보하자마자 탑승 안내방송이 나오는 걸 보니, 항상 시간적 여유가 없이 다니는 꼴이다. 9일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라 자가용을 가지고 오다 보니, 도로사정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은 듯하다.
이번 여행은 오늘 홍콩공항을 통해 심천의 해경호텔(海景酒店, Sea View Hotel)까지 이동하고, 7일에는 항공모함 민스크와 세계지창(世界之窗, Window of the World)을 구경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HAPPY VALLEY도 즐기고, 8일은 홍콩으로 이동해 작년 홍콩에서 보지 못한 부분을 즐기고, 9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계획을 잡고 중간에 나는 업무를 보는 것으로 전체일정을 수립했다.
금요일 저녁 비행기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탑승객들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홍콩에 도착했다. 심천가는 버스가 11시에 막차라 서둘러서 공항을 나와서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홍콩공항을 통해 심천 가는 방법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벌써 두 분은 비행기에서와 같이 주무시고 계셨다. 잠자는 거 하나는 모자가 아주 타고났다.
야간인데도 황강(皇岗)출입국에는 여행객들과 홍콩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 1시가 넘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씻고는 자려고 했는데, 속이 출출하다고 해서 컵라면 하나 먹고 자려다가 엄마가 사고를 쳤다. 김치봉지가 터지며 피 같은 김치 반과 국물을 카페트에 부어버려 2시가 되어서야 겨우 정리를 하고 첫날을 마쳤다. 죽는 줄 알았다.
2007.04.07.(토) 둘째 날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7시 30분에 모두 기상했다. 후배 사업가인 사장님과 9시에 미팅이 잡혀있어 눈꼽만 띠고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처리해야만 했다. 식사를 하고 나니 정신이 회복되어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어느새 아들 녀석은 만화를 보며 따라오고 있었다. 해경호텔은 심천출장 시의 숙소로 나에게는 집이나 마찬가지로 편한 곳이다. 물론 호텔비도 현지 협조(?)로 굉장히 싸다.
잠시 후, 후배와 간단한 업무협의 후 후배의 차로 민스크호로 출발했다. 출장 때마다 후배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지내는데, 싫은 내색도 없이 차를 내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늘 하루종일 불편할 건데... 후배 사장님의 기사는 재작년에 자주 보던 중국 아저씨인데, 2년 정도 사라졌다가 지난달 다시 찾아왔단다. 말이 통하지 않아 눈인사만 하고 목적지로 출발했다. 우리가 묶고 있는 화교성(华侨城)에서 30 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주차장에게 눈빛으로 얘기를 건네고 민스크 월드 쪽으로 걸어갔다.
아들 녀석이 하품으로 시작하는 걸 보니 아직 잠에서 덜 깼나 보다. 솔직히 나도 항공모함은 처음 보지만, 사실 밖에서 보는 규모 외에 특별히 볼 것은 없는 듯했다. 입장료를 110원이나 받으니 간단한 쇼, 장착 무기류 전시 등 돈값을 하려고 별 볼 일도 없는 것들이 곳곳에 가득 차 있다. 기념품가게도 많이...
입장권은 마치 영화포스터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항공모함과 주변의 러시아지역으로 만들어 놓은 주변인프라가 뭔가 엉성하게 꾸며져 어색하게 느껴졌다. 항공모함 갑판의 경우도, 활주로 표시도 다 지워버려 그냥 넓은 철판 위에 있는 듯한, 즉 현실감이 떨어져 상품성의 하락만 가져온 상태다. 내가 만약 여기를 꾸민다면,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주력을 했을 것 같다. 긴박감이 흐르는 현장에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어야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원래 항공모함 민스크호는 우리나라에서 고철용으로 매입하였으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중국으로 재매각되어 관광수익자원으로 중국심천에서 근무 중이다. 항공모함 내의 여러 생활시설, 전투 관련시설 등 1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너무 바꾼 게 많아서 별 볼 일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하선하기로 했다.
항공모함 주변이라 그런지 놀이기구도 대포 쏘기, 소총 쏘기, 활쏘기 등 전부 군대와 관계있는 것인데, 이런 건 한번 쏴줘야 한다. 60원을 투입해 대포 쏘고 활 쏘고 대대적으로 공격을 했는데, 세명 모두 사격실력이 아무 생각 없는 수준이라 허공과 땅바닥에 퍼부어 버렸다. 옆에 30원씩 내고 타는 전차가 있는데 엔진소리와 궤도소음은 진짜 같은데, 포탑에서 쏴한 양철 냄새가 나서 안 타기로 하고 민스크월드 밖으로 나왔다.
사실 민스크는 아들 보여주는 것도 보여주는 거지만 내가 보고 싶은 욕구가 더 심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미국 쪽 항공모함 관광을 한번 더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일정을 위해 음료수를 한잔하고 화교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호텔로 다시 돌아와서 후배와 중간 업무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호텔 뒤편의 한국 식당으로 점심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함지박은 한식전문점으로 맛과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 없는 가게로 출장 때마다 자주 애용하던 곳이다. 찌그러진 냄비의 신라면을 두 모자분께는 진수성찬인양 맛있게도 먹는다. 사진 한 장 찍을걸...
HAPPY VALLEY는 후배가 에버랜드보다는 너무 저수준이라고 거품을 무는 바람에 포기하고, 세계지창으로 가기 위해 호텔 앞의 지하철역으로 가니, 여긴 또 티켓이 RF내장형 원통형 플라스틱이네. 지하철이 개통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참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되어있어 상쾌하게 들이댔다.
지하철역 입구가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형태로 되어 포스가 느껴졌다. 앞으로의 여행지를 답사하는 심정으로, 입장권을 구입하고 숙제를 시작했다. 아들과 지도를 보며 여기 있는 세계의 문화유적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기로 하고, 대충 둘러보니 규모가 제주도의 소인국 생각했다가는 고생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온다.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에펠탑도 파리에 있는 것 정도는 아니어도 꽤 크게 만든 것 같다. 전체를 꼼꼼히 보려면, 반나절 이상이 걸릴 것 같아 저녁약속이 있는 우리는 서두르기로 했다.
시작부터 김새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 황궁이 조그마하게 만들어져 웃고 있다가, 젠장 우리 경복궁도 조그마하게 만들어진 게 보였다. 더구나 일본지역은 별도로 호수까지 만들고 후지산도 만들어 놓아 빈정상하게 꾸며 놓았다. 에이 C바르~ 앙코르와트 사원 뒤에 아파트가 보인다. 앙코르와트는 좀 크게 만들어 놓을 것이지, 포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태국 왕궁은 칼라가 좀 언발란스한 듯하다.
경복궁이 아들 주먹만 하다. 큰 주먹만 하다. 심했나. 일본 황궁으로 가는 길에 있는 넝쿨이 오히려 더 큰 것 같다. 뒤로 역시 주먹만 한 선상님들 황궁이 보인다. 아무래도 일본에서 기술이 들어온 듯하다. 일본 쪽 구조물의 수나 규모가 너무 많고 넓다. 교육의 효과로 세계사 강자인 아들이 엄마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여행에 소극적인 아드님이 세계지창에서는 정말 열심히 가이드를 자청해 광을 판다.
아빠랑 아들이 잠시 독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실종됐다. 저 밑에 이탈리아에서 찾았는데, 올라오지를 못해 이리저리 헤매며 10분 정도의 피같은 시간을 낭비했다. 해외에서 엄마는 감시를 잘해야 한다. 피사의 탑 사진에 삐친 상태가 그대로 사진에 담겼다. 호주는 거리상 건너뛴다. 금방 화해한 두 모자는 사이좋게 어디를 볼 것인지 상의를 하고 있다. 부부싸움이 아니라 모자다툼이 물 베기다. 저녁에 비가 좀 온 것이 다행이다. 에너지 고갈이 다되어 선수들의 지친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스톤헨지는 유치 엉성했지만 아부심벨 사원은 포스가 느껴진다. 이집트는 반드시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다. 아들도 포스가 느껴진단다. 제다이의 피가 흐르나? 피라미드를 보러 올라오는데 케냐 국립공원이 나왔다. 코끼리, 악어, 코뿔소 등 프라모델을 통과해 피라미드에 도착했다. 역시 이집트는 다녀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이라 전시관을 보고 물바다를 경험하러 나이아가라 폭포로 이동했다.
입장권을 사고 우비를 받았는데 인터넷에서 물벼락을 맞은 사람들의 경험담이 떠오른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카누 비슷한 배에 탔다. 두 사람 모두 겁이 없는 편인데, 오늘따라 느낌이 안 좋다는 둥 영 불안해하니 나도 덩달아 불안해진다. 안전벨트가 없는 것을 보니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달래며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하는데, 드디어 마지막인 듯한 오르막을 힘겹게도 올라가더니 바깥이 보이는 순간 급강하가 시작됐다.
3~5초간 물벼락이 아니라 엄청난 물폭탄이 우리를 뒤엎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주변의 구경꾼들이 우리 물에 빠진 생쥐들을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에버랜드의 아마존 익스프레스 보다 10배는 스릴 넘치고 좋은데, 바지랑 신발이 온통 엉망이 되었다. 우비를 찢고 나오는데 물이 흥건하게 쏟아진다. 그랜드 캐넌을 굽이굽이 헤매다가 신나게 내려온 것이다.
물도 먹고 지치고 저녁약속이 있어 빨리 돌아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느껴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아이 석상과 나스카의 문양은 음~ 여기도 직접 가봐야 할 것 같다. 역시 유치한 쥐라기 공원을 지나, 마지막 코스로 에펠탑에 올라가기로 했다.
정말 대단한 나라가 아닌가? 짝퉁을 만들어 놓고 돈을 벌다니.
인당 20원씩 내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데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위에서 보니, 세계지창의 유적지들의 모습이 어설프게 보인다. 괜히 올라왔다. 5시가 다되어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한 번 모노레일로 전체를 돌아보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잠시 쉬고 7시에 후배와 자주 가던 해선식당에서 후배 가족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52도 중국술에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는데, 아들 녀석은 음식에 거의 손도 대지 않아 양꼬치를 시켜주니 그 자리에서 30여개를 게눈 감추듯 없애버린다. 후배 꼬맹이 녀석이 오늘 생일이라, 케이크까지 시켜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아들 녀석이 발이 계속 아프다고 하고 해서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 날씨도 계속 조금씩 비가 내려 아마도 홍콩야경도 보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고, 또 아들 학교등교 문제도 있고 해서 내일 일찍 홍콩으로 떠나기로 했다. 남은 컵라면은 아드님이 다 드시고, 약주과다로 영화는 보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2007.04.08.(일) 돌아오는 날
부리나케 일어나서 대충 씻고 호텔을 나섰다. 황강까지 택시로 가서 공항가는 승합차를 타는 것이 가격도 싸고 시간도 조금 절약할 수가 있는데, 올 때도 설명을 못하고 해서 그냥 호텔에서 타는 리무진버스를 탔다. 중국에서 홍콩으로 가는 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새 두 분은 주무신다.
일요일 아침이라 황강이 복잡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도착하니, 의외로 한산해서 중국출국은 쉽게 되었다. 중국의 버스를 통한 출입국을 설명해 주니 애엄마는 신기한가 보다. 사실 4~5년 전에는 손님 한 명당 안내원이 한 명씩 붙어서 처리한 게 사실인데 안 믿기나 보다. 진짜 진정한 인해전술이었다.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 10분이 지났다. 어떤 녀석이 아직 출국을 못했는가 보다. 버스의 문제가 파트너를 잘 만나야 하는 것이다. 이런 된장, 20분을 까먹고서야 홍콩 쪽으로 출발했다. 하필 늦게 탄 녀석이 내 앞자리에 앉아서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홍콩입국이 좀 막혔지만, 어떤 녀석이 게거품을 물며 항의하는 바람에 심사관이 우르르 투입되어 생각보다 이른 10시경에 홍콩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 카운터로 가서 비행기를 알아보니 만석이라고 한다. 이런. 업그레이드를 요청하니 아들과 엄마 2명은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가 되는데, 나는 안된다네. 결국 내 마일리지로 모자는 비즈니스로, 나는 이코노미에 당첨되었다.

아니 무슨 이런 개뼉다귀 같은 경우가 발생하다니. 그래도 콜이지, 다른 방법이 있나. 재빨리 체크인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러 당연히 아지센(味千)라멘 가게로 뛰어갔다. 여사님이 가장 좋아하는 라멘으로, 상해에서도 지난번 홍콩 여행 시에도 애용하는 일용식으로 아들과 나는 선택권이 없다. 10여 년 만에 제일 뒷좌석에 앉아 졸면서 이번 여행도 끝이 났다.

= 여행경비 정산(CHN 1:133.39)=
항공요금 | 973,000원 |
교통비 | 160,855원 |
입장비 | 100,043원 |
식음료비 | 277,537원 |
숙박비 | 153,399원 |
기타 | 27,006원 |
합계 | 1,691,840원 |
*여행 필수경비가 아닌 액세서리, 선물 등의 비용은 제외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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