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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서안, 2006.08.24 ~ 2006.08.27) 2

gogogo!!! 2024. 1. 22. 02:16

오늘은 서안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병마용갱을 구경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진시황릉과 화청지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2006.08.25.(금) 둘째 날

첫날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6시 30분에 기상을 해서, 식구들을 재촉해서 부산을 떨며 세면을 하고 호텔조식을 하기로 했다. 역시나 통상적 관광호텔의 부산한 조식뷔페와는 달리, 손님이라곤 우리 외에 달랑 한가족뿐이었다. 어제 호텔에서 느낀 분위기대로였다. 대충 아침을 때우고 호텔을 나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병마용(兵馬俑)" 이라며 호객을 하는 사람들을 피해 택시로 다시 서안역으로 이동했다. 신기하게도 어제와 똑같이 성벽을 끼고 골목골목으로 어제 그 길 그대로 서안역에 도착했다.

 

역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병마용" 소리를 외치며 다가오는 50명 정도를 지나 어제 보아둔 306번 버스정류소 쪽으로 오니, 사람들이 기다랗게 일렬로 서있어 여긴가 보다 하며 줄을 서는데 바로 앞에 서있는 사람들이 우리말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서안에서 처음 만난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조금 뒤 녹색관광버스가 오는데 자세히 보니 버스 앞문위에 자그마하게 306이라고 쓰여있었다. 사람들이 306번 찾기가 어렵다더니 그럴 만도 했다.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저으며 3대를 보내고 나니 우리 차례가 와서 타려는데, 안내원과 어떤 할아버지랑 실랑이가 벌어져 왜 그러나 하고 구경하는데 앞청년이 할아버지가 새치기를 하려 해 안내원이 꾸짖는 거란다. 중국에서는 새치기가 용서가 안되나 보다 하며 자리에 오르니, 줄을 선지 이미 30분이 지나 이러다가는 오늘 제대로 구경도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데 버스가 출발했다.

 

안내원이 아들을 안으라고 하더니 서있는 아주머니를 앉히고 차비를 거두는데 옆좌석의 한국청년이 2인 차비만 내란다. 7원씩 14원을 내고 옆청년의 통역으로 안내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안을 벗어났다. 306번은 화청지(華淸池)-진시황릉(秦始皇陵)-병마용갱(兵馬俑坑)의 순서로 운행되고 약 70~80분 정도 소요된다는 내용이었다.

서안 버스표
306번 버스를 타고

 

옆좌석의 청년은 중국북경에서 유학 중이고, 어머니를 모시고 서안구경을 왔다고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차에 어머니 명함을 주며 아들에게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교과서의 "컴박사의 소중한 경험" 이라는 글의 저자라고 하니, 아들이 우와하며 기뻐한다. 읽어봤다고 하네.

 

고속도로를 20여분 달리던 버스는 포장과 비포장도로를 누비며 시골마을로 가는데, 아무래도 버스에 문제가 있는지 너무 천천히 운행해서 청년도 시계를 보면서 일정을 걱정하는 듯했다. 주변은 온통 석류나무로 도배를 한 듯이 꼭 어릴 적 대구에서 포항가는 국도변의 사과나무밭을 연상하게 했다. 서안은 어릴 적의 기억이 연상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사실 낯설지 않게 여행을 하며, 70년대 초반의 고향생각이 물신하게 떠올라서 묘한 느낌으로 옛 생각을 먹으며 지낼 수가 있었다.

 

12시가 다되어 화청지(華淸池)에 도착하고, 10분 뒤 진시황릉에 도착하니 작가모자분이 인사를 하고 내렸다. 시간상 화청지는 포기한 듯하다. 진시황릉에서 2분 정도 달리니, 306번의 종점인 병마용갱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우산장수들이 우산을 팔고 있는데, 얼마인지 알아들어야 사지 하는데 옆에서 "쓰콰이(10원)"하길래 나도 얼른 10원을 주고 우산을 하나 샀다. 이제 내가 아는 중국어를 모두 사용했다. 잘 모르는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가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대로 단체여행단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 그쪽으로 이동했다.

진시황제상
드디어 병마용갱 입구앞에 도착

 

조금 따라가다 보니 진시황제상이 보이고 오른쪽에 차량용 바리케이드 같은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 여긴가 했더니 골프카트 차량 같은 이동용 차량줄이었다. 입구까지 꽤 먼 모양이었다. 10분 정도 입구 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안내서대로 4개의 매표소가 나와 표를 구입해 입장했다. 그렇게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안내도를 보니 1,2,3 갱을 구경하고 식사 후 진용박물관을 보기로 하고 1갱 입구로 들어갔다.

병마용갱 입장권
병마용갱 입장권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아들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1갱-2갱-3갱 순으로 구경을 했다. 물론, 아무리 좋은 구경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감동이 서서히 가라앉지만 처음 1갱에 들어가며 느낀 감동은 오랫동안 아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흐뭇했다. 3갱을 보고 나오니, 아직도 비는 주접주접 내리고 허기가 느껴져 3갱 옆에 위치한 중국식 뷔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병마용 박물관
비는 추적추적 나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양고기와 상해식 국수, 볶음밥에 고추장을 비벼 맛있게 먹고 1층의 선물가게들을 구경하고 다시 박물관을 보러 이동했다. 다시 표검사를 하고 사람이 가득한 박물관에 입장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병마용갱의 지난 역사들과 복원에만 8년이 소요됐다는 마차등을 둘러보고, 상세한 디테일과 규모 등에 놀라며 박물관을 나왔다. 마침 한글로 된 책자가 눈에 띄어 한 권 구입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병마용 박물관 내부
나름 엄청난 이미지를 심어준 병마용 박물관

 

나머지 두 곳은 시간이 없어 포기하기로 하고, 서안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미니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목적도 달성했기 때문에 부담도 적고 해서 악명 높다는 미니버스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역시 악명대로였다. 완전히 완행버스로 아무 데서나 손님을 태우고 내리며 서안으로 돌아왔다. 웃기는 게 도로가 막히지 않아, 아침보다도 시간은 덜 걸려 같은 가격에 70분 정도에 서안역에 도착했다.

병마용-서안역 미니버스
아무데나 손님만 있으면 서는 악명의 미니버스

 

아들이 화장실에 가려는데 돈을 내라고 하니, 참겠다고 해서 떠밀어 넣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 주고 화장실을 사용한 것일 것이다. 한국김밥집을 찾으려 해방로 왼쪽길로 쭉 내려가니, 사거리가 전부 연결된 육교가 나타났다. 조금 더 내려가서 김밥집을 찾았는데 휴일인 모양으로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김밥에 라면 한 그릇 하려 했는데 실망이 커지고, 오늘 종일 걸어 다녀 호텔로 철수하자는 압력이 커 택시를 잡으려 조금 더 내려가는데 KFC 매장이 보여 여기는 어떤 메뉴가 있나 하고 밖에서 보는데, 안에서 종업원이 나오며 한국말로 "어서오세요" 하길래 조선족인가 했더니 한족인데 한국어 공부 중이라고 한다.

 

프라이드치킨을 구입해서 택시로 서울시내 교통 같은 시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호텔에 도착하니, 어느새 주변이 어둑해졌다. 결국 병마용갱 한 곳 보는데 거의 하루가 걸린 것이다. 만일 서안일정을 하루로 정했으면, 큰 낭패를 볼뻔했다. 밥이 먹고 싶어 볶음밥을 하나 사서 치킨과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피곤들 했는지 바로 자리에 누워버렸다. 내일 일찍 떠나야 하므로 가방을 거의 출발 수준으로 꾸리고, 애엄마를 살살 꼬셔서 영화 한프로 보고 나니 12시 정도가 되어 6시 30분에 일어나기로 하고 꿈나라로 갔다.

진도주점앞 전경
병마용갱 한군데 보고왔는데 그새 어두워지네